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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저자
김영미 지음
출판사
남해의봄날 | 2014-06-0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일하고 싶은 청춘에게 들려주고픈 젊은 직업인들의 일과 삶, 그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읽게 된 동기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기억나는 출판사가 있다. 남해의 봄날이다.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은 뒤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는데,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의 저자 김정래 작가와 메일을 주고 받기도 하며 호감을 갖게 되었었다.

그리고 남해의 봄날에서 새로운 시리즈물을 기획했다. 시리즈 "어떤 일, 어떤 삶" 의 첫번째 책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이다.


책 리뷰


젊은 기획자. 20대의 나는 누가 봐도 젊은 사람이다. 때문에 젊은 기획자라는 타이틀은 내 머릿속에서 20대 기획자들을 연상시켰다. 늘 내가 몸 담고 있는 분야 이외의 사람들은 무슨 생각과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왔기에 또래의 기획자들을 기대했다. 하지만 저자 김영미에게 있어 젊음이란 20대가 아니였다.


젊음이란? 


나는 참 많이 흔들리는 편이다. 군에서 후임병에게 편하게 내 단점을 말해보라 했더니 '우유부단' 하다고 할 정도 였으니 말 다했다. (때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우유부단은 나의 또다른 장점이다. 늘 새로운 것을 보고 불타오를 수 있고, 더 나은 것을 위해 내 생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에도 나는 작은 뚝심이 있는데, 오랜시간 흔들려 내가 판단한 것은 꽤나 단단한 내 자아가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사람은 내게 우유부단 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내게 고집이 세다고 한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자부할 수 있는 것은 남들보다 유독 많이 흔들렸다는 것인데, 그 흔들림의 이유는 '안해도 될 짓' 이고, 그 흔들림의 결과는 '뜻밖의 경험' 이다. 그리고 그 경험치는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자신감의 근원이다. 

나는 이렇게 흔들릴 수 있음을 자랑스러워 하고, 이는 내가 젊어서이기 때문에 젊은 시기에 이 흔들림을 마음껏 누리려고 한다. 젊음은 뭐든지 용서가 되는 시기가 아닌가? 하지만 저자의 인터뷰들을 읽으며 나는 젊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전통 직업관이나 평생 직장 개념은 일찍이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직업을 찾는 젊은이들의 새로움을 향한 도전의식이나 변화에 대한 적응이 그에 반비례해서 상승했는지는 의문이다.]


저자는 30, 40대의 기획자들을 '젊은 기획자' 라 칭하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즉, 신입사원 또래의 내가 아닌 이미 5년, 10년 이상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젊음 이란 칭호를 부여한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들과 비교했을때 내가 더 젊다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젊음은 마음껏 도전할 수 있어야만 한다. 헬로우뮤지움 김이삭 관장처럼 우리나라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 직업을 만들어 내거나, 김혜준 베이커리 컨설턴트처럼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빵을 위해 젊을을 바치거나, 어린 후배들을 보고 배울 줄 아는 프레인 윤형철 어카운트 매니저. 이들이 바로 젊은 기획자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게 젊음이 부족했구나, 나는 그저 어린 아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 끓어오르는 그것.


기획. 지금껏 많은 기획을 했지만, 유독 생각나는 이벤트가 있다.

스무살. 다시 오지 않을 그 풋풋한 시절. 나는 성당에서 중고등부 교리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여러 성당이 모이는 지구연합미사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다. 10여명의 20, 30대 교리교사가 모여 10대를 위한 연합미사를 기획하는 것. 그것은 내게 참 놀라운 경험이였다. 250명의 친구들에게 2시간 동안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했는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10여명의 교리교사 모두가 달랐다.

무슨 자신감이였는지 이제 갓 성인이 된 나는 띠동갑이 넘는 선생님들과 설전을 펼쳤고, 어느새 내 자리는 지구 교장선생님의 바로 오른쪽, 교장 선생님의 오른팔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른팔인 내게 주어진 미션은 메인 이벤트였다. 당시 우리는 모두가 하나 되어 하느님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려 했는데,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문을 열고 함께 노래를 하는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지금보니 조금은 오글거린다) 그리고 나는... 함께 여는 문을 만들어야 했다. 

망치질도 몇 번 안해본 내가 문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막막했다. 당시엔 블로그 붐이 일어나기 전이라 인터넷 상에 정보도 별로 없었기에 여기저기 연락해가며 정보를 얻었다. 동생들에게 음료수를 사준다고 하며 불러내 9개묶음 2미터 각목을 사서 들고와 톱질을 하고 띠동갑이 넘는 손재주 많은 선생님을 불러 힌지를 달고,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애교를 부려 디자인을 했다. 

의기양양한 나는 전날 선생님들 모두를 불러 문을 보여주었고 극찬을 받을 줄 알았던 나는 교장선생님의 질문 하나에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문을 여는 줄은 준비했어?"


그랬다. 그렇게 완벽의 완벽을 추구했음에도 나는 함께 하기 위한 이벤트에서 정작 함께 하기 위한 도구를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고, 말문이 막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내게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괜찮아,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지."


당장 내일이 결전의 날이고 지금은 밤 10시가 넘었는데, 어떻게 저사람은 저렇게 여유가 있을까? 그리고 그당시 내게는 기적이라 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났다. 밤10시가 넘어 끈을 살 수 있는 문방구들이 모두 문을 닫았고, 선생님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시간인데 많은 선생님들이 내게 도움을 주겠다고 했고, 한 선생님은 결국 그날 찜질방에서 나와 함께 작업을 해주었다. 

혼자서 공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내 목표는 무너졌지만, 그날의 그 경험은 지금껏 내가 팀플레이를 격하게 사랑하는 이유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좋은 기획이라 할 수 없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 [인재진:자라섬 국제페스티벌 총감독]


그때부터 나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좋은 것을 주려는 내 방법이 서툴러 더 많은 문제를 낳기도 하였으나, 조금씩 나아져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기획. 기획이 나를 피 끓게 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고 있는 바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들과 많이 웃는 것을 추구한다. 

많은 이들과 많이 웃는 것. 그것이 내가 하는 모든 기획의 목표이고, 이들 젊은 기획자들과 공감 할 수 있는 나의 이유이다.



책 속의 좋은 글


- 전통 직업관이나 평생 직장 개념은 일찍이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직업을 찾는 젊은이들의 새로움을 향한 도전의식이나 변화에 대한 적응이 그에 반비례해서 상승했는지는 의문이다.
-> 나의 도전의식은 상승했는가? 나 또한 의문이다.

- 건립추진 기획단에서 일하면서 중앙박물관에 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박물관 내에서도 이 일을 하는 전문가를 뭐라고 부르는지, 어떤 기준으로 전공자를 채용해야 하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김이삭:헬로뮤지움 관장]
-> 이것이야 말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창조로군

- 사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이후 그가 주로 진행했던 신규 박물관 콘텐츠 기획은 보통 건물을 짓기도 전에 기획 과정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기획을 하고 콘텐츠를 정리해 두꺼운 보고서로 만들고 본격 세팅을 시작하면 또 다른 박물관으로 이동하여 새롭게 일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10년 후에나 이루어질 일들을 기획하는 경우도 었었다.
-> 10년 뒤의 일을 기획한다... 재밌겠다.

- 지역의 작고 영세한 비영리단체에서 매년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공무원들과 힘겨운 씨름을 반복하다 보니 개인의 성장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다. 게다가 조직이 성장하면서 관심 영역에도 차이가 벌어졌다. 결국 5년차 되던 해에 그는 심심을 떠나 서울의 설계사무소로 이직했다. [소영식:비비정마을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
-> 개인의 성장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해 떠날 수 있다니. 멋지군.

- 캠프 프로그램은 단순했다.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이 마을과 마을 어머니들을 소개해보라는 과제를 던졌다. 예술 동아리 소속 아이들은 마을 어머니들을 타큐멘터리로 찍고 어머니들의 젊은 시절 연애담을 연극으로 각색했다.
-> 죽어가는 마을에서 이렇게 신구조화를 이룰 수 있다니. 앞으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겠다. 

- 이 모든 일들의 출발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는 것이에요. 진정으로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운영하는 사업은 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은 돈으로도 마을 전체가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 이러한 마을 공동체 문화 기획의 매력이죠. [소영식:비비정마을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
-> 마을에서 하는 비즈니스도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 이 책은 제게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하나의 반환점이자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3년이란 오랜 준비기간 동안 빵집들을 계속 방문하며 초기에 인터뷰를 했던 내용들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당시에 제가 느꼈던 감동이나 자극을 글로 잘 옮겨내는 과정이 무척 힘들긴 했지만... [김혜준:베이커리 컨설턴트]
-> 3년간 블로그에 페이스북이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빵집을 방문한 방문기를 엮어 책을 냈다. 3년간 꾸준히 인터뷰를 하면 책을 낼 수 있구나!

- 하지만 주어진 일을 하는 것보다 스스로 만들어서 하는 일은 그 과정이 훨씬 재미있다. 일의 주체는 물론이고 책임도 모두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과를 맞이하는 긴장감도, 보람도 훨씬 크다.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내어 잘 이루고 싶은 마음은 자신의 업을 사랑하는 모든 기획자들의 원동력이 아닐까?
-> 100% 공감. 시키는 일은 만들어서 하는 일에 비교조차 할 수 없다.

- 기획자는 콘셉트라는 항로 위에서 절대로 길을 잃으면 안되는 선장과 같다. 또한 함께 일하는 팀들 사이에서 콘셉트의 일관된 메시지를 구현하기 위한 유능한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한다.
-> 컨셉의 중요성. 그러고보니 내가 만드는 일들은 명확한 컨셉을 잡지 못했다. 컨셉을 잡는게 시작이고 컨셉을 잃지 않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구나. 컨셉을 잡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하는군.

- 어떻게 해야 좋은 기획서를 쓰냐고 종종 물어보는 후배들에게 그는 처음에는 파워포인트를 꾸미거나 표현하는 방식에 집착하지 말고 생각을 쭉 이어 써보면서 먼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라고 이야기 한다.
-> 오... 이것은 내가 쓰는 방법! 내 방법이 제대로된 방법이였군.

- 같은 기획자로서 후배들을 바라보면 가끔 기획에서 실행까지 논리적으로 풀어낸 기획을 만들어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아이디어를 옮기면 그대로 기획서가 되겠다 싶어 감탄하는 경우도 있죠. 사실 많은 후배들이 꽤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그냥 재미있을 거 같아서요'에서 그치는데, 간혹 좋은 아이디어와 함께 어떻게 적용하면 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까지 머릿속에 정리하며 이야기하는 후배들을 보면 좋은 기획자의 바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럽기도 합니다. [윤형철:프레인 어카운트 매니저]
-> 오... 좋은 아이디어와 함께 실행 방법까지 바로 떠오르는 사람도 있는건가... 부럽군.

- 한국에서는 기업 CSR 형식의 강연 프로그램은 이미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드물다고 한다.
-> 그래...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국가에서 그들만의 문화로 풀어낼 수 있다면 할 일은 무한하다.

- 몇 마디 건네니 신기하게도 그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즐거움과 자부심, 애정이 바로 전달된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있는 젊은 회사원을 만난게 얼마 만인가 싶을 정도였다.
-> 음...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있는걸까?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

- 시골의 삶이 주는 매력은 너무 많다. 자연의 놀랍고 특별한 매력을 누리는 것은 물론 서울에서의 복잡하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도 정리되었다. 나는 흥행을 추구했던 사람이라 사실 프로젝트를 크게 키우려는 다소 허황된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겸허한 자연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규모에 대한 생각도 사라지고 축제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인재진:자라섬 국제페스티벌 총감독]
-> 규모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축제 자체에 집중한다. 고수의 냄새가 난다.

- 모든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좋은 기획이라 할 수 없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 [인재진:자라섬 국제페스티벌 총감독]
-> 이건 너무 공감한다. 물론 모두가 만족 한다는건 불가능이지만. 기획자라면 모두의 만족이 목표여야만 한다.

- 이 일곱  명의 젊은 기획자와 두 선배 기획자를 만나며 자연스럽게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분야에서 기획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중심을 두고 일해야 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일의 영역을 넘어서 삶의 영역으로도 기획이라는 일을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 과정에 중심을 둔다. 참 어려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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