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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세미나]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

어느날 세계 최고의 라이벌매치 레알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았다. 선택받은 사람들, 그 선택받은 사람들 중에서 다시 선택받은 사람들. 그들의 경기는 치열하고, 강력하고, 화려하다. 


공을 향해 미친듯이 달리는 선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공을 향한 위한 질주. 나는 그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저 선수들은 왜 저렇게 달리는거지? 이미 세계 최고인데, 계속해서 굶주리는 이유가 뭘까?'


최고의 위치에서 뿜어대는 그들의 열정에 짖눌려 숨이 찼다. 



열정? 배고픔의 시작



너무도 작은 대학교였기 때문일까? 나는 대학생 시절 학교에서 그 흔한 동기부여 세미나조차 들을 수 없었다. 채플시간에 이름 모를 누군가가 열심히 살라고 부르짖었던 30분정도? 


때문에 열정이란 것 자체를 가질 수가 없었다. 배부른 것을 모르기에 배고픔이란 것 조차 몰랐던 것이다. 아마 많은 친구들이 여전히 모르고 있지 않을까?


내게 배부름이란 상태를 알려준 것은 책이였다. 성공한이들의 자서전, 그리고 경영자들의 회사 이야기가 내가 배고픈 사람이라는걸 알려주었다. 그 방법은 '너는 배고픈 아이야' 가 아닌 '배고프지 않을 수도 있어.' 였다.


2011년 우연히 알게된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당시 크게 이슈가 되었던 티켓몬스터 대표를 만나러 갔지만 우연히 책에서 알게 되었던 표철민 대표를 만나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때부터 나는 "그들" 에게 매료되었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지난 화요일(2015.4.14)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개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 참석하였다. 그곳에는 요즘 핫한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 내게 글로써 영감을 주던 조성문님, 마찬가지로 글로써 감동을 준 박상민님 등이 연사로 함께하였다.


내게 배고픔이란 상태를 알게 해주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전하고자 한다.



#음재훈 트랜스링크 대표



벤처캐피탈은 참 매력적인 직업이다. 첫째로 참 많은 스타트업계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알아서 찾아온다. 그들의 눈빛을 아는 사람은 그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지도 알 것이다.


둘째로 업계의 정보를 최전방에서 들을 수 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정보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겠지.


음재훈 대표는 연 250개의 스타트업을 만나는게 목표라고 한다. 휴일을 빼면 매일 새로운 업체를 1개씩 만나봐야 하는 것이다. 엄청난 스케쥴의 압박, 그리고 이미 투자를 한 업체들을 더 북돋아주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을테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일까? 음재훈 대표의 이야기는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지루할 틈이 없었고, 다른 연사들의 시간을 빼앗아 더 주고 싶었다. 역시 굉장한 내공은 감출 수가 없다.



- 하드웨어는 종합 예술이다. Front end, Back end, Data, Design 모두 해야만 한다. 이분야 Top은 애플이다.

- 스타트업이 버블인가?

- 버블은 항상 있다. 언제 얼마나 붕괴되느냐의 문제다. 단, 닷컴 버블때와 지금은 전혀 다르다.

- 실리콘밸리는 투자 전쟁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세 업체의 인수 경쟁이 치열하다.

- IPO는 드문 경우이며, 대부분 M&A가 된다. M&A의 1/3은 수익이 아닌 정리수준이다.

- 좋은 업체는 누구나 알 수 있다. 때문에 좋은 업체는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려고 한다. 그 사이에서 투자를 하는게 벤처캐피탈의 역량이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얼마전 폴그레이엄의 글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http://goo.gl/KPZLhE - 박상민님의 번역) 꼭 읽어보시길.


"미래에 살아라 그리고 비어있는 것을 채워라" - 폴그레이엄


이런 통찰력을 한문장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폴그레이엄이다.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YCombinator 에 최초의 한국 스타트업으로 참가한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



"아마 오늘 여자 사진을 가지고 온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젊음이 팍팍 묻어나는 멘트와 PPT를 보이며 등장한 하형석 대표. 졸업 후 만나지 못했는데 갑자기 성공한 대학교 동기인듯, 아직 찌들지 않은 듯한 그의 친근감 있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폴그레이엄을 만나고 주커버그를 만나는 이야기는 우연히 연예인을 만난 친구의 이야기 같았고, 정말 열심히 했다고 소리치는 YC 스토리에서는 진심이 묻어났다. 거짓되지 않은 그의 목소리가 아마 그의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 여러분이 알고 있는 미미박스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아마 8번은 바뀌었을 거에요. 경영자가 처음엔 내일만 보다가 한달을 보고, 한달을 보다가 3달을 보게 되거든요. 그래서 자꾸 비즈니스 모델이 바뀝니다.

- 회사가 10억 낼때와 100억 낼때는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야만 해요.




#조성문님 



블로그의 글을 통해 접한적이 있다. IT쪽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유명한 사람이다. (블로그 - http://sungmooncho.com/about/)


파워블로거라고 칭하기엔 필드에서도 활동을 하고 계시고, 그런데 새로운 도전을 위해 불편함으로 자신을 던졌다니...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조성문님.


사실 이 세미나에는 이 사람을 만나러 갔다. 사람을 만나다보면 그냥 느낌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고, 조성문님도 그랬다. 그리고 왠지 몇번 더 마주칠 것 같은 느낌도 함께.



게임빌을 창업해 7년정도 일했고, 그 다음 실리콘밸리로 가서 6년을 살았다고 한다. 좀 더 큰물에서 놀고 싶어 실리콘밸리로 떠났고, 지금은 제대로 정착했으니 성공 케이스다. 


쉬는시간에 함께 간 친구가 개인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했는데, 먼 발치에서 지켜보단 학교 선배를 가까이에서 본 듯한 느낌이였다. 발표보다는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 더 인상깊었다.


물론 발표도 깔끔했다.



- 실리콘밸리로 가려면 Maker가 되어야 한다. 개발자나, 디자이너.

-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질 높은 삶을 살기엔 실리콘밸리가 좋다.

- 너무도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게 되서 스스로와 비교되는 스트레스가 있다.

- 편하지 않는 공간이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어라.



#박상민님



작년 오픈소스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을 만났었다. Netty 개발자 이희승님이였는데, 박상민님과는 꽤나 공통점이 많았다. 오픈소스 개발자이며, 집에서 일하고 딸을 키운다는 것?


그런데 두 사람의 분위기는 완전 반대였다. 이희승님은 굉장히 까실까실한 매력이였다면, 박상민님은 둥글둥글한 매력. 딸이 한명과 세명 있는 것의 차이일까?


개인적인 견해로는 박상민님 전의 연사들의 발표 퀄리티가 기대 이하였다. 내가 글을 잘쓰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보다 청중의 시간을 값지게 생각할줄 알아야 한다. 쉽게 말해서 꼭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달까?


때문에 박상민님의 이야기가 더욱 고마웠다. 더 깊이 통찰력있는 이야기를 원했지만, 오픈소스계의 이야기를 깊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개발자도 글을 잘 써야 한다.



- 오픈소스 회사는 어떻게 수익이 생기나요? (내가 남겼던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 언급되어 기분 UP)

- 수익을 내는 회사가 많지 않다.

- 커스텀 기능으로 수익을 낸다.

- 문제가 생겼을때 서포트 요청 - 연 1억원 이런식으로 수익을 냄.

- 오픈소스 자체로 비즈니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페이스북에 한 기능. 이런식이다.



그들과의 대담. 아쉬움.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 좌측부터 조성문, 김마이크, 오태호, 정진호>



나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의 Big Fan 임을 밝힌다. 때문에 앞으로도 이 컨퍼런스가 지속되고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코멘트를 남긴다.


한 세션이 끝난 뒤의 패널토크는 대실망이였다. 우선 진행자. 진행자는 임정욱 센터장님이 전부 하는게 어땠을까 싶었다. 발표자들 모두를 아는 사람은 임정욱 센터장이였고, 보다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도 그였을 것이다. "개발 배우는데 얼마나 걸려요?", "실리콘밸리에 왜가야 되나요?" 심지어 "꼭 리더가 되어야 하나요?" 등의 질문은 본 컨퍼런스와 맞지 않는 질문이였다. 이런 질문들은 현장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온라인 방청자들을 위해서라도 걸러졌어야만 하는 질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몇몇 연사들은 본 컨퍼런스와 맞지 않았다고 본다. 이미 트윗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남겼으므로 다음 컨퍼런스에는 더욱 보완된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열심히 준비하신 모든 연사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많은 이들의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포털사이트에 녹화본까지 올라가 두고두고 회자될테니 말이다.



이런 컨퍼런스는 내게 배고픔을 알게해주는 활동이다. 쉬는시간이 되기 무섭게 연사들에게 달겨들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연사들을 바라보는 눈빛. 그런 하나하나가 내게는 열정의 불씨가 되었다.


이자리를 통해 본 컨퍼런스를 만들어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좋은 활동으로 대한민국 스타트업 환경을 보다 밝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